미국이 불타오른다
🔖 레너드는 최근 유행한 페미니즘, 그러니까 부유하고 유명하며 개인적인 야망을 숨기지 않는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즘이 사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야망 없는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잠을 줄이거나 육아휴직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그 많은 일에 쉬지 않고 매달려서" 출세의 사다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여성은 이런 식의 '걸 보스Girl Goss 페미니즘'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레너드는 생각한다. 이런 페미니즘은 나아가 악독한 기업 행위자에게 보호막을 제공하거나 (성평등 현황을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를 앞에 두고 회사를 보호한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의 페미니즘), 외교 참사를 일으킨 사태(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룩스>는 고인이 된 작가 벨 훅스가 제시한 광범위하고 더욱 단순하며 포용적인 페미니즘 개념을 차용한다. "성차별적 억압에 맞선 투쟁", 즉 정적인 정체성이라기보다 꾸준히 실천하는 페미니즘,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페미니즘이다. 이 가치의 핵심은 완전한 평등에 미치지 못하면 페미니즘으로 칠 수 없다는 데 있다. "부유한 여성이 부유한 남성과 동등해지는 것, 가난한 여성이 가난한 남성과 평등해지는 것을 여성주의의 승리라고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레너드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층 더 총체적인 페미니즘이 실현되려면 샌드버그가 제안한 수위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사회, 정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페미니즘은 개개인의 과제라기보다 집단 프로젝트가 되고, "사소하고 개인적인 선택" 영역을 벗어나 광범위한 사회변혁 단계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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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가 잡지 <룩스>를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면 원래 의미대로 "정체성 정치"는 좋은 가치라는 것이다. "(정체성 정치라는 개념이) 지난 5년간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나쁜 정치의 대명사인양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았죠." 레너드는 정체성 정치에 좌파를 확장하고 강화할 힘이 있다고 본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의 정체성으로 일하다 보면 자신만의 관점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요." 레너드가 '컴바히강 공동체' 선언문을 풀어서 설명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정체성을 구성하는 부분 하나하나가 바로 그 지점을 공유하는 타인에게 가닿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체성은 타인을 막아내는 해자가 아니라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죠."
🔖 진보의 주요 의제에서 노조와 노동계급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책이 무엇인가를 둘러싼 전략 논쟁은 좌파 내부의 대립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선 당시 샌더스 캠프를 다루던 언론보도도 이런 대립을 집중 조명했다. 특정 정책을 놓고 계급에 기반한 보편된 주장을 펼친다면 인종문제나 인종차별을 무시하는 처사인가? 전 국민 의료보험을 추진하기 위해 임신중지에 반대하고 단일 보험자 의료보험에 찬성하는 가톨릭 신자들과 손을 잡으려면 언제가 가장 좋은 타이밍인가? 만일 타협하면 여성 인권은 퇴보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인종 대 계급', '재생산권 대 전 국민 의료보험'과 같이 제로섬zero-sum 사안으 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 하려고 들면 불가능하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따라서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생겨난다는 점이 기본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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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진보 정책을 요구하는 미국인들의 연합전선을 넓혀갈 필요성, 그리고 다양한 집단의 요구와 권리, 반감 사이에서 균형점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